다양한 능력의 발현, 아이의 사회성
‘사회성이 좋다’라고 하면 으레 외향적이고 낯을 가리지 않는 사교적 기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 합쳐져 발현되는 능력이다. 영유아기는 사회성에 필요한 다양한 요인들의 기초를 다져나가는 시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 양육자와 아이 간의 애착관계다. 초기 애착이 안정적으로 잘 이뤄진 아이들은 ‘나는 사랑 받을 만한 존재며,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는 믿음을 내면화하고 더 확장된 인간관계 역시 이러한 긍정적 믿음을 갖고 만들어갈 수 있다.
다만 아이들의 사회성은 성인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아이의 발달에 따라 사회성 역시 단계적으로 자라기 때문. 예를 들어 영아의 경우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이의 사회성 발달 단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맞는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아이 사회성의 조건 5
1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 자립심
혼자 설 줄 아는 아이가 기대어 어울릴 줄도 아는 법. 혼자서도 할 줄 아는 아이는 자신감을 갖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뿐 아니라, 양보하고 배려하는 여유까지 가질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아이를 위해 자립 능력을 키워주자.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결정이라도 아이가 주체적으로 생각한 후 내리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격려하는 자율성을 줘야 한다.
또 유아기에 접어든 아이는 손 씻기, 양치하기, 신발 신기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자.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하게 길러지는 습관이다. 단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때 “이렇게 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라며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의지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런 활동을 해봐요
- ‘외출 후에 손 씻기’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 정리하기’ 등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함께 정한 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자. 약속한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스탬프 도장을 찍어 정해진 횟수를 채우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도 좋다.
- 예쁜 화분 하나를 산 후 아이가 맡아서 길러보게 하자. 혼자 책임지고 식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자립심은 물론 나아가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도 가질 수 있다.
- 식사 전 수저 놓기, 빨래 개기, 청소할 때 돕기 등 부모가 집안일을 할 때 아이도 참여시키자.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집안일을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 단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벌칙으로 집안일을 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그림책을 봐요
치치의 첫 심부름 혼자 심부름을 가는 어린 생쥐 ‘치치’의 이야기를 통해 노력 끝에 느끼는 성취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책이다.
스에자키 시게키 글·그림ㅣ아름다운 사람들 출판
바보 닭 츄라 소심하고 겁 많은 닭 ‘츄라’의 모험을 담은 그림책. 실수해도 두려워도 용기를 가지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산 로페즈 도밍게즈 글·그림ㅣ유아가다 출판
2 지킬 건 지키는 아이, 도덕성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내면에 형성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한다. 이러한 도덕성은 사적인 관계에서는 물론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도 필수 요소. 개인의 신념을 기반한 도덕성은 최소한 청소년기는 돼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대신 영유아기에는 예절, 규칙 지키기, 옳고 그른 일에 대한 기준 등 도덕적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혼이 나고 벌을 받으면 나쁜 일, 보상과 칭찬을 받으면 옳은 것이라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도덕적 기준을 배운다. 때문에 부모가 일관된 도덕적 기준을 갖고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친구의 장난감을 부쉈을 때 어떨 때는 그냥 넘어가고 어떨 때는 혼을 내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편 인지 발달과 함께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해 부모들을 당황시킨다.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며,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혼을 낼 필요는 없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거짓말을 한 이유를 물어보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얘기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런 활동을 해봐요
- 규칙과 승패가 정해져 있는 게임을 해보자. 스포츠 활동도 좋고, 보드게임도 좋다. 여러 사람과 함께할 때는 규칙을 지켜야 함을 배울 수 있다.
- 아이의 비도덕적 행동을 지적할 때는 “그런 말하면 나쁜 아이야” “그렇게 행동하면 선물 못 받아”와 같이 보상과 인정을 조건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쁜 행동은 부모의 인정이나 보상과 관계없이 나쁜 행동임을 알게 해주자.
이런 그림책을 봐요
정정당당 지는 것이 싫어서 반칙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정당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얘기해준다.
하워드 빈코우 글ㅣ수잔 F.코넬리슨 그림ㅣ걸음동무 출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주목 받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심리를 판타지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다.
한기현 글·그림ㅣ글로연 출판
3 표현할 줄 아는 아이, 자기표현력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인간관계의 큰 장벽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사실 하나.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아이라고 해서 자기표현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표현력은 자신의 생각과 욕구, 감정을 얼마나 잘, 그리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의 문제다.
아이의 자기표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의 자기표현력일 수밖에 없다. 먼저 부모 스스로 감정 표현을 모호하게 하지는 않는지, 욕구를 억누르기만 하지는 않는지,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하지는 않는지, 다양한 표현으로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해보자. 한편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에게는 말을 하게 하려는 부모의 노력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이때는 그림 그리기 등 미술 활동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게 하자.
이런 활동을 해봐요
- ‘나들이 장소 정하기’ ‘가족 규칙 만들기’ 등의 주제로 가족 회의를 열어보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그림책을 봐요
기분이 나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 기분이 나빠진 폼폼이의 이야기를 통해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얘기해주는 책이다.
소피 헨 글·그림ㅣ키즈엠 출판
말하다 ‘말하는’ 행위로 인해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말하기의 즐거움을 다채롭게 풀어냈다.
하세가와 슈헤이 글ㅣ다케우치 도시하루 그림ㅣ우리아이들 출판
4 감정을 이해하는 아이, 공감 능력
부모에게 진실된 공감을 받은 아이는 자연히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공감 육아라고 하면 아이 말에 부드러운 말투로 “그랬구나~”라고 얘기하는 것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는 공감 육아의 한 방법일 뿐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존중의 대상, 동시에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하고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친구 관계를 떠올려보자. 친구가 힘들어할 때는 무작정 “힘내”라고 하기보다 먼저 힘든 마음을 들어주고 함께 화를 내거나 슬퍼해주기 마련. 그런데 아이의 일에는 덮어 놓고 “힘내” “할 수 있어”라며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주거나 해결책부터 제시하려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주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자.
이런 활동을 해봐요
- 다양한 감정이 쓰인 감정카드를 보고 표정, 몸짓으로 감정을 설명하고 맞히는 게임을 해보자. 몸짓언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은 물론 상대의 감정을 읽는 연습을 할 수 있다.
- 역할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역할놀이를 해보자. 한 번의 역할놀이가 끝난 후에는 서로 역할을 바꿔 같은 상황이라도 입장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다.
이런 그림책을 봐요
기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기분은 어떻게 변하는지, 같은 상황에서도 나와 다른 사람의 기분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니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