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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킨더리베 2016-08-30 18:47:41 조회수 1,561

                       

우리가 매일 ‘자연스럽게’ 먹고 쓰고 즐기고 버리는 수많은 행위 속에서 진짜 자연스러운 것은 얼마나 될까. 편리함의 이름 아래 인위적이고 자연 파괴적인 것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비하던 일상을 잠시 떠나, 6시간을 내달려 전남 장흥의 동백숲에서 비파네 가족을 만났다. 너른 자연의 품에서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세 가족의 맑고 평화로운 얼굴은 자연스러운 삶과 진짜 풍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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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
동백숲의 하루



전남 장흥군의 작디작은 시골 마을. 그 마을의 마지막 집을 지나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간다.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길목에 차를 대고 우거진 숲길을 따라 다시 5분여간 걸으니, 거짓말처럼 집 한 채가 나타난다. 하얼과 페달(부부는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 그리고 두 사람의 딸 비파의 보금자리다.
작은 구들방 2개와 아궁이가 있는 옛날식 부엌, 그 옆으로 비파가 태어날 때 부부와 지인들이 흙을 나르고 나무를 잘라가며 직접 지은 6평 남짓한 거실 겸 부엌과 다락방이 세 가족의 생활 공간. 구석구석 부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바람을 맞으며 펄럭이는 앞마당의 빨래, 차곡차곡 쌓인 땔감용 나무, 크고 작은 장독대, 하얼이 직접 만든 빗자루와 숟가락, 천연 염색 해 만든 옷, 셀 수 있을 만큼 단출한 세간…. 남편 하얼의 안내로 집 안팎을 둘러보며 자연의 품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어림짐작해보는 사이, 아내 페달은 점심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아궁이에 땔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자, 이내 시뻘건 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나무 속으로 타 들어간다. 비파네 집에는 냉장고가 없다. 아니, 그 전에 전기와 가스가 없다. 그래서 아궁이에 불을 떼서 매 끼니, 먹을 만큼만 음식을 한다. 그래도 하얼이 열심히 연구한 끝에 새로 만든 ‘우간다식’ 화덕이 생긴 후에는 요리에 드는 시간과 힘을 훨씬 덜었다. 냉장고가 없는 비파네의 냉장고는 집 앞 텃밭이다. 요리를 주로 담당하는 페달이 주문을 넣으면 하얼은 비파를 데리고 텃밭의 오이며 호박이며 토마토를 따온다. 방금 밭을 떠나온 싱싱한 채소들이 그대로 가족의 식탁에 오른다. 수도 시설 역시 없다. 대신 집 근처 작은 샘터에서 길어 온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샘터가 마실 물을 제공하는 자연 정수기라면, 집 오른쪽으로 흐르는 냇가는 빨래와 설거지 등에 필요한 물을 제공해주는 자연 수도다. 시원한 냇가에서 엄마, 아빠가 빨래를 하는 동안 비파는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그러다가 이내 세 가족이 함께 물놀이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일터와 놀이터의 경계가 없다. 집을 둘러싼 숲의 모든 공간이 가족의 ‘삶터’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와 지구 반대편에서 끌어오는 석유, 썩지 않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그 모든 것의 사용이 너무나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쉽지 않을 만큼 생경하다. 목욕 한번을 하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떼고, TV를 보는 대신 직접 우쿠렐레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문화생활을 한다. 해가 저물면 형광등 대신 초를 켠다. 그마저도 오랜 시간 불타오르지 않는다. 자연의 시간에 기대 해가 뜨면 잠에서 깨고, 해가 저물면 하루를 마무리한다. 집 안의 유일한 전자기기인 휴대전화는 태양열판으로 충전해 쓴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불편함을 견딘다’거나 ‘욕망을 억누르고’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숲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재미있어요. 여기서는 내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잖아요. 몸이 안 좋으면 쉬고, 일하다가 졸리면 낮잠도 자고…. 그런 자유가 주는 행복감이 다르더라고요. 비파가 태어나고부터는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큰 만족이에요. 물론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이 있겠지만 저희는 여기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고의 자유와 호사를 누리면서 살아요. 욕망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누리는 방향이 다른 거죠.”
그 말이 맞다. 과일 하나를 먹을 때도 꽃잎으로 장식하는 사치와 손으로 나무를 깎아 수저 한 벌을 만드는 여유,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노천욕을 즐기는 낭만이 있는 삶이라니. 어찌 호사롭지 않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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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얼?페달 부부는 서울,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첨단화된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서로 다른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환경단체 워크숍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연애를 시작했고, 이후 시골에 내려가 살기를 원했던 페달이 적극적으로 하얼을 설득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낸 기억이 좋아서인지,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서 살고 싶었어요. ‘도시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고요. 집을 마련하는 문제도 그렇고, 활동가는 월급도 적잖아요. 그래서 회유와 협박과 질책의 3단계로 1년 동안 하얼을 설득했죠(웃음). 다행히 하얼이 용기를 내줬어요.”
처음 터를 잡았던 곳은 담양. 그곳에서 1년 정도 생활한 후 지난 2012년 10월말, 장흥 동백숲에 오게 됐다. 귀농하면서 부부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석유와 전기 대신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기, 자연에 깃들어 농부로 살기, 화학염색 된 의류 입지 않기,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물물교환 실천하며 살기…. 원칙은 두 사람이 처한 환경과 생각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덧붙여지기도 했지만, 자연친화적인 삶을 산다는 기본 지향점은 그대로다.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거부하는 삶을 통해 환경 문제의 롤모델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하얼은 고개를 젓는다.
“환경단체에서 일할 때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세상을 바꾸고 싶고, 뭔가 소명을 다해야 할 것 같고…. 여기 오면서는 그런 마음을 다 내려놨어요.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도 전혀 없었고요.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행복한 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오히려 여기 와서 살면서 그 동안 환경을 지키자며 구호를 외치며 살았지만 정작 내 삶은 그렇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동시에 ‘우리만 여기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가?’ ‘이게 이기주의와 뭐가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힘들기도 했고요.”
하얼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부부에게도 숲에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두 사람이 몇 년간 겪은 시행착오와 혼란의 과정은 비단 이뿐만은 아니다. 그 모든 과정 끝에 보다 단단하고 깊은 뿌리를 내린 부부는 이제 할 수 없는 일에 슬퍼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는 것, 스스로가 만든 틀 속에 삶을 가두는 ‘OO주의’의 삶보다는 행복을 우위에 둔 ‘OO위주’의 삶이 더 중요함을 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에도 인생이 짧잖아요. 작은 것이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것에 감사하다 보면 세상이 더 밝아질 거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돼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리라 믿고요. 저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여기서 건강하게 농사를 짓고, 비파를 키우는 일이에요. 그게 결국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페달은 각자 행복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골에 내려와서도 도시에서와 똑같은 삶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많아요. 반대로 도시에 살아도 아이와 텃밭을 가꾸고 천연 식초를 담근다거나, 도자기를 굽는다거나 하며 지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우리 세대는 대부분 시골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연의 감성을 회복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그런 걸 물려주고 싶어요.
꼭 어딜 가서 체험을 하고 여행을 가야 행복한 게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감과 만족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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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흐름 속에
자라는 아이


결혼 초기만 해도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다.
“그때는 둘 다 되게 심각했어요. 이 지구는 끝났어, 이런 생각이 강해서(웃음)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다가 가자고 그랬죠.”
그런 부부의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일본인 친구 오하이오와의 만남이다. 그의 초대로 가게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희망이 사라졌으리라고 여긴 그 땅에서, 부부는 오히려 원전 피난민들이 ‘현재’를 감사하게 여기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심어가고 있는 모습을 마주했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우주를 만나는 일이야”라며 두 손을 꼭 잡고 말하는 친구 오하이오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동백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는 지난해 봄, 동백숲에서 비파가 태어났다. 사시사철 푸르게 자라는 비파나무에서 따 온 태명은 그대로 아이의 이름이 됐다.
불편한 환경과 위생 문제를 놓고 “거기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며 걱정의 말을 건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직접 일군 건강한 자연의 음식을 먹고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자란 덕일까. 비파는 가벼운 감기 외에는 병치레 한번 하지 않았을 만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비파네 집에는 아이 물건으로 온 집 안을 채운 여느 집들과는 달리 장난감이 거의 없다. 봉제 인형 몇 개, 칼림바와 피리 등 소리를 내는 악기…. 바구니 하나에 들어가는 만큼이 놀잇감의 전부다. 대신 이 숲의 모든 것이 비파의 고마운 놀잇감이다. 여름에는 하루 종일 발가벗은 채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계절마다 탐스럽게 열리는 각종 열매를 따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날은 세 가족이 온종일 바닥에 가득 떨어진 버찌를 줍고 버찌물로 서로의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논다. 산책길에 예쁜 꽃잎 한 송이를 발견하면 제 귀에 꽂고서 다시 신나게 숲을 누빈다. 소박하지만 자연의 품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의 행복. 부부는 그 행복을 오롯이 비파에게 물려주고 싶다.
“요리하고 텃밭을 가꾸고 손바느질을 하고… . 저는 그 시간들을 좋아해요. 소소하지만 내 일상을 가꾸어 간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이에게도 그런 걸 물려주고 싶어요. 꼭 어딜 가서 체험을 하고 여행을 가야 행복한 게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감과 만족감을요.”
걱정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또래 친구가 없어서 느낄 비파의 외로움이다. 다행히 사람을 좋아하는 부부의 밝고 순한 기운에 이끌린 이들이 동백숲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을 계기로 장흥에 내려오게 된 희숙?정기 부부와 해남에 살던 풀잎이네 가족이 동백숲에 집을 짓고 있다. 풀잎이네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이미 세 아이가 모인 셈이다. 옆 마을에는 네 살 난 명주네 가족도 있다. 자연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부부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숲유치원과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다. 너른 자연의 품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놀며 비파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가까운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두 사람.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어디까지나 비파의 몫임을 안다.
“비파가 자라서 도시에서 살아도 괜찮아요. 저와 하얼이 여기 내려온 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잖아요. 비파도 자라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것도 자기 몫이죠 뭐(웃음). 저희의 역할은 조력자인 것 같아요. 이 아이가 우리를 통해 이 세상에 왔으니까,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돼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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