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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벨기에 아이들의 홀가분한 책 읽기

킨더리베 2016-08-30 18:52:51 조회수 1,194

                       

“우리 아이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책 읽기가 즐겁지 않으니까. 교육이 아닌 일상으로, 수단이 아닌 기쁨으로 책을 읽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독서 문화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글·사진 최혜진  에디터 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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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책이 이렇게들 좋을까
매해 겨울 초입, 프랑스 파리 근교의 작은 도시 몽트뢰유(Montreuil)는 꼬마 독자 수만 명이 내뿜는 에너지와 재잘거림으로 활기를 띤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나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다. 앞의 두 도서전은 출판 관계자들만 출입을 허용해 판권을 사고파는 비즈니스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멀끔한 슈트를 입은 에이전트와 편집자, 출판인과 마케터를 만날 수 있다. 반면 몽트뢰유 아동도서전은 철저히 어린이 독자를 위한 놀이터 역할을 자처한다. 대단히 멋진 난장판이랄까. 
프랑스 각 지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잘조잘 떠드는 가운데 생후 한 달이나 됐을까 싶은 신생아를 안고 책을 읽는 엄마, 유모차에 기저귀 가방, 도시락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전시장을 누비는 젊은 부부, 아이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책을 읽어주는 엄마까지…. 하루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이 책 축제에 참여한다. 물론 작가들도 함께한다. 몽트뢰유 도서전이 열리는 6박 7일간, 약 150여 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독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 대화하고 교감한 뒤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려 책에 사인을 해준다. 출판사 부스마다 작가들의 그림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독자들이 꼬리를 문다. 초겨울이었음에도 반팔 옷차림에 땀을 뻘뻘 흘리는 관람객이 속출, 흡사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남대문시장보다 족히 3~4배는 붐비는 전시장 한복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정말 책이 이렇게들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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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가 아니라 기쁨이니까
유모차를 세워놓고 바닥에 앉아 1세 딸 아이와 책을 읽고 있던 엄마 셀리아에게 말을 걸어 봤다. “집에서는 못 보던 다양한 책을 새로 발견할 수 있어서 아이가 기뻐하는 것 같네요. 그거면 됐죠.” 기왕 도서전까지 찾아왔는데, 그 목적이 싱겁다. 이번에는 9세 아들 파블로와 13세 딸 안나를 둔 발레리에게 프랑스 엄마만의 특별한 독서 교육법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에게 책은 자기 욕구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도구예요. 어릴 때부터 많은 책들 사이에 둘러싸여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하고, 이런 책은 싫어한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하는 이유죠. 다양한 책이 모여 있는 책 공간, 이를테면 도서전, 도서관, 서점에 가서 아이가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해요. 저희 부모님도 제게 그렇게 가르치셨고요.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이어가며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을 탐험하는 기쁨과 즐거움 말고 독서에서 더 바랄 게 뭐가 있나요?”

프랑스에 사는 동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책에 대해 대화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3개 있었다. 바로‘decouvert(발견)’‘eveil(깨어나기)’ 그리고 ‘plaisir(기쁨)’. 물론 한국 부모들도 발견과 깨어나기에 관심이 많다. 차이는 마지막 단어에 있다. 프랑스 부모들에게 발견과 깨어나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무엇을 위한 수단이나 과정처럼 여기는 게 아니라, 생을 기뻐하며 즐기기 위해선 발견과 깨어나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반면 한국 부모들의 발견과 깨어나기에는 대체로 상위 목적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 아이가 커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인지 발달도 자극해야 하고, 창의성도 깨워야 한다고 믿는다.
‘즐거우면 된다’며 별다른 꿍꿍이가 없는 이들의 태도는 먼저 아동 도서를 분류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별다른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에 ‘생후 몇 개월 차에 이런 책으로 무엇을 자극해주고, 그 다음 시기엔 이런 개념을 잡아주는 책들을 읽혀야 합니다’라는 불안 마케팅으로 책을 파는 출판사 혹은 그런 식의 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프랑스엔 단연코 없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부모가 속속들이 알고 챙겨야 한다고 믿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니, 부모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대할 수 있다.
일례로 프랑스 비평가 소피 반 더 린덴이 쓴 그림책 가이드북 <아이를 위한 책을 찾고 있어요>엔 이런 조언이 나온다. “만약 4세 아이가 신생아 책을 본다면 그건 퇴행이 아니라 그 순간에 아이 내면에 어떤 필요가 있는데, 그걸 그 책이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과도하게 의식하며 책을 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책은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으니까요.”


독서가 수단이 아닌 문화인 나라
프랑스에서 놀랐던 또 다른 점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 잡지 문화였다. 프랑스에는 약 300여 종의 어린이 잡지가 발행되고 있고, 잡지를 읽는 어린이들은 대략 900만 명에 이른다. 일례로 약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대표 어린이 잡지 <J’aime lire>는 매월 약 13만 부를 찍고, 돌려보는 독자 수를 셈하면 매월 200만 명의 어린이가 이 잡지를 읽는다. 어린이 잡지 시장 자체가 거의 사라진 한국 사정에선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 이쯤 되니 프랑스 어린이 잡지의 정체와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오리기, 붙이기, 스티커 놀이, 단어 배우기, 철자 연습…. 직접 살펴본 프랑스 어린이 잡지는 그 내용이 한국에서 ‘학습지’라고 부르는 책들 안에 담긴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비중이 크고, 창작 동화도 담겨 있긴 했지만 학습지에 익숙한 우리 눈에도 그렇게 낯설지 않은 내용과 구성이었다.
쉽게 말해 비슷한 교육적 콘텐츠를 프랑스인들은 ‘어린이 잡지’라고 이름 붙이고, 우리는 ‘학습지’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잡지란 말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는 물건이라는 함의가 있지만, 학습지란 말에서는 단단한 목적의식과 의무감이 묻어난다. 잡지는 문화지만, 학습지는 수단이다. 이 이름의 차이에서 책을 대하는 두 나라의 시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렇게 책이 의무가 아니라 기쁨이기 때문에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엄마는 읽지 않고 아이용 책장에 책을 꽉꽉 채워 넣는 전집 문화도 없다. 책으로 아이에게 뭘 가르쳐보겠다는 의무감이나 한 줄도 빠짐없이 다 읽혀야겠다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아이와 상호작용을 한다. 가정에서, 아니면 동네 서점에서 책을 매개로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기쁨을 누린다.
이런 경향은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13대학 사회과학연구소 LabSIC에서 발표한 ‘부모와 아이의 독서 행태 보고서’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3세 미만 자녀를 둔 프랑스 부모의 46%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60%의 아동이 책을 읽고 난 뒤 부모와 책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아이와 함께 독서 시간을 갖는 시기는 놀랍게도 생후 4개월 무렵부터. 신생아에게는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 부모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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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 습관, 결국 부모를 닮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는 사회와 교육 시스템이 워낙 선진화돼 있고 우리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니까 속 편하게 목적의식 없는 독서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벨기에다. 유럽의 중고등학교는 한국과 달리 유급 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프랑스 15세 미만 아이들의 유급 경험 비율이 30%인데 반해 벨기에는 50%에 이른다. 두 명 중 한 명은 유급을 경험한다는 의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적에 대한 압박감, 낙오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는 교육 제도를 가졌다는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벨기에 부모들도 비장한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책을 대할까?

“아이들이 이미 학교에서 신경 쓸 게 많은데 독서까지 성적과 연결시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벨기에 엄마들에게 독서는 ‘부모와 아이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함께 즐기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충분히 즐거운 교감의 시간,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는 독서 시간을 부담감으로 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저희는 어떻게 하면 독서의 기쁨을 아이에게 전해줄까를 고민합니다. 부모가 학습과 독서를 혼동하면 갈등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각각 세 명의 자녀를 둔 엄마들이자 ‘마이 지브라북(My Zebrabook)’이라는 그림책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마린(Marine de Waziers), 마리(Marie Thibaut de Maisires)가 내놓은 답이다.

이들이 책을 성취라는 목적의식에 갇히지 않고 대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들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외로울 때, 마음이 복잡할 때, 심심할 때 등 책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많았기 때문. 두 사람은 단호히 말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자신들의 책 사랑은 부모님에게서 왔다고. 마리의 아버지는 여름휴가를 떠날 때 책을 넣어가는 가방을 따로 챙길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그런 부모의 독서 습관을 본받아 자신도 아이와 휴가를 떠날 때마다 책 가방을 꾸리고 있다고 말이다.
일상 속에서 아이와 책 읽기의 기쁨을 누리는 방법은 프랑스나 벨기에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하지 않다. 책이 있는 공간을 자주 찾고, 책 선택을 아이에게 맡기며, ‘읽히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읽고, 읽은 뒤 대화하는 시간을 짧게라도 갖는 것. 대화는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함이지 어떤 목적의식에서 비롯된 독후 활동이 아니라는 것. 중요한 점은 이 모든 행위를 특별한 날을 잡고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 짧게라도 매일 한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부모와 아이 모두의 독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의무감이나 비장한 목적의식에서 시작된 일은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힘들다. 반면 스스로 즐거워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오래 간다. 우리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배워야 할 것은 아이의 독서교육법이 아니다. 책을 ‘어떻게 써먹겠다’는 셈을 내려놓고 즐길 줄 아는 부모들의 홀가분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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