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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운 다는 것

킨더리베 2016-10-04 11:50:03 조회수 1,119

문강형준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모델 이서하 소품 협찬 (주)마그피아 www.mag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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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저 말을 하고, 글을 읽고 쓴다는 의미일까? 그것은 빨리 배우면 배울수록 좋은 테크닉 같은 것일까? 그래서 내 아이에게 가능한 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언어를 익히게 만드는 게 아이를 위한 일일까? 만약 이 모든 질문들에 ‘예’라고 답하는 게 옳다면, 부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가 언어를, 외국어를 배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 살이 넘자마자 한글도 보여주고, 서너 살이 되면 영어를 가르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한자와 중국어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주체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언어의 힘은 절대적이다. 언어로 표현된 의미를 통해서만 인간은 세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아는 언어를 넘어서는 세계를 알 수는 없다.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저 ‘테크닉’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와 교류하는 그 수많은 낮과 밤을 통해, 그 시간에 자신이 듣고 본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해 언어를 자기 안으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아이가 우리말을 하는 것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며, 하나의 특수한 세계 속으로 들어서는 일이라고 하는 게 옳다. 아이가 말하는 한국어 단어와 문장은 부모로 표상되는 아이 주변의 관습, 가치, 분위기가 모두 아이에게 들어와 형성된 하나의 세상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아이의 세계는 성인이 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신분이 낮은 주인공이 박애정신을 가진 후견인에 의해 간택돼 신사 혹은 숙녀로 교육받는 과정을 그린 19세기 영국 소설들에서 주인공이 맨 처음 하는 일은 교양 있는 신사 숙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이 자라온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이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 역시 간단히 생각하고 말 일이 아니다. 외국어가 한국어와 다른 이유는 그저 단어와 문법이 달라서가 아니라 외국어가 한국어와는 다른 세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국어 공부는, 언어 하나를 더 배우는 문제를 넘어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문제다. 세계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익숙한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수용하는 일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려 하고, 외국어 능력이 하나의 ‘스펙’으로 인정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어를 그저 테크닉이나 수단이나 스펙으로 바라본다면 언어는 테크닉이나 수단이나 스펙을 넘어서지 못한다. 다른 세계, 다른 가치를 흡수할 때 언어는 비로소 효과적으로, 완전하게 습득될 수 있다.

‘조기 외국어 교육이 효과적이냐 아니냐’는 전문가 사이에도 언제나 논란거리일 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어떤 한계연령(Critical Age)이 있어서 그 이전에 언어를 배우는 게 무조건 좋다는 설도 있고, 그런 건 없다는 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외국어가 과연 새로운 가치,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될 것인지, 아니면 ‘헬조선’에서 생존하는 방법인 학습노동을 유아 시절로 끌어당겨 아이에게 노동의 스트레스를 안겨주게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새로운 가치와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줄 아는 인간, 그래서 열려 있고 창의적이며 비판적 성찰을 할 줄 아는 교양인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반성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외국어 교육’이란 다른 사물, 가치, 행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능력과 동의어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키운다는 말이다.

핵심은 외국어 자체가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려서부터 언어 테크닉이 그저 수단으로 교육될 때, 그 아이는 스펙은 풍성하지만 내면은 공허한 어른, 지금 한국에 가득한 그런 어른으로 자랄 공산이 크다. 언어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이의 소통 능력, 수용 능력, 표현 능력을 끌어올려 아이가 열려 있는 교양인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어 공부를 몇 살 때 시킬지 고민하기 전에, 부모가 이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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